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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대연구소 2018-04-23 16:36:33, Hit : 56
제 목   [경인일보 2018.3.2] [트렌드를 읽는 책 '인간의 양심']日 전범 만행고백 "악마를 보았다"
[트렌드를 읽는 책 '인간의 양심']日 전범 만행고백 "악마를 보았다"

김성주 기자 발행일 2018-03-02 제8면  

순진한 농촌 청년, 만주 관동군 헌병돼 저지른 온갖 악행 참회
고문·조작·위안부 실상까지 낱낱이 "잘못된 민족주의 경계를"


제99주년 3·1절을 맞아 전국적으로 애국선열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올해 광복 73주년을 맞았지만 일본이 남긴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고, 일본도 이를 온전히 반성하지 않았다.

지난 행사를 통해 우리는 당대 한국인들이 겪었던 고초와 일제의 잔혹함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이웃한 국가의, 비슷한 외모를 가진 이들이 어찌 그렇게 잔인할 수 있었을까.

1963년 발간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은 광신도나 반사회적 성격장애자가 아닌 상부의 명령에 순응한 평범한 사람들에 의한 것이었음을 고발해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성실하고 가정적이었던 나치스 친위대 장교 아이히만을 통해 봤던 '악의 평범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신간 '인간의 양심(지문당 펴냄)'은 순진했던 농촌 젊은이가 악명 높은 만주 관동군 헌병이 돼 온갖 만행을 저지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면서 쓴 참회록을 편저자 하나이카 야스시게가 재정리한 이 책은 일본군의 만행을 회피하고 조작하려는 일본에 대한 전 관동군 헌병의 양심선언이자, 국가 폭력을 방관한 채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이들을 향한 진심 어린 호소문이다.

양심고백을 한 쓰치야 요시오는 1911년 일본의 한 시골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 군에 지원하면서도 선임들이 무서워 아는 선배를 따라 만주의 독립수비대에 입대를 지원한 이 순진한 청년은 이내 최일선에서 악행을 저지르게 된다.  

침략 전쟁의 첨병으로 첫 살인을 저지른 이후 자신의 손으로 했던 수많은 고문과 조작을 묘사하고 있다. 또 일본군 위안부 실상까지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는 약 15년 동안 관동군 헌병으로 복무하면서 일본의 침략 사상에 완전히 중독돼 강한 권력을 배경으로 중국인을 벌레 취급했고,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질렀다고 고백한다.  

그러고도 자신의 잘못을 그저 숨기고만 싶어하거나 오히려 미화하려는 욕망과 싸워 패전 후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잘못을 인정하게 됐다는 양심 선언을 한다.
    
하지만 자신이 전쟁에서 저지른 악행을 기록하고 출간하자, 항의가 빗발치고 야유를 담은 편지와 엽서 등이 쇄도했다고 밝혀 아직 침략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많음을 시사했다.

이 책은 일본의 부활하는 군국주의 뿐만 아니라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동아시아 역사 갈등 문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잘못된 민족주의 등을 경계하며 인간의 양심을 일깨운다.

편저자 하나이카 야스시게는 "인간에게는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편안한 생활을 누리는 동안에는 누구라도 일의 선과 악을 판단할 수 있지만 전쟁에 동원된 인간은 양심이 사라져 모두 악마로 변한다"고 경고한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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